카테고리 없음

바닷속 산소는 어디서 오는가? 해양 산소 생산의 비밀

하늘011 2026. 3. 27. 09:26

지구 대기 산소의 약 50~80%는 육지 식물이 아니라 바다의 식물플랑크톤이 생산합니다. 특히 지름 0.6μm의 초미세 남세균 프로클로로코쿠스는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산소를 생산한 단일 생물종입니다. 해양 산소 생산의 원리와 위협, 그리고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완전히 해설합니다. 본문에서 해양 산소 생산의 비밀에 대해서 파헤쳐 보습니다.

해양 산소 생산 원리 도식 — 식물플랑크톤 광합성과 해양 산소 순환 메커니즘 인포그래픽

바다가 지구의 허파다 — 우리가 마시는 산소 절반 이상은 바다에서 온다

숲이 지구의 허파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지구 전체 산소 생산량에서 해양 식물플랑크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80%입니다. 추정 범위가 넓은 이유는 해마다 플랑크톤 대번성(Bloom) 규모와 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전 세계 모든 열대우림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산소를 바다가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아마존 밀림이 사라진다면 비극이겠지만, 해양 식물플랑크톤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지구 생명체 전체의 종말에 가깝습니다.

저는 15년간 해양생지화학(Marine Biogeochemistry) 분야 현장 조사를 진행하면서 동해·남해·서해·태평양 공해상에서 식물플랑크톤 현존량과 용존 산소 농도를 수천 회 측정해 왔습니다. 봄철 동해에서 식물플랑크톤 대번성이 절정에 달하는 4~5월, 표층 해수의 용존 산소 농도가 포화 농도를 훌쩍 넘어 과포화(약 110~120%) 상태에 이르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 맑고 초록빛 도는 표층수는 단순히 아름다운 경치가 아니라, 지구 호흡 시스템의 심장이 뛰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해양이 생산하는 산소가 대기 중 산소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방식은 육상 식물과 조금 다릅니다. 육상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산소는 거의 곧바로 대기로 방출됩니다. 해양 식물플랑크톤도 광합성으로 산소를 생산하지만, 그 산소의 상당 부분은 같은 해양 생태계 내의 호흡(산소 소비)으로 재사용됩니다. 해양이 대기 산소 저장고에 순(純) 기여하는 비율은 전체 생산량보다 작습니다. 그러나 이 순환 자체가 막힌다면, 즉 해양 광합성이 멈춘다면 대기 산소는 급격히 감소합니다. 해양 산소 생산은 지구 산소 순환의 엔진입니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 지구 최대 산소 생산자, 프로클로로코쿠스

해양 산소 생산의 주역은 식물플랑크톤(Phytoplankton)입니다.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 능력을 가진 미세 해양 생물의 총칭으로, 규조류(Diatoms)·와편모류(Dinoflagellates)·원생생물류·남세균(Cyanobacteria) 등 수천 종이 포함됩니다. 이 중에서 단일 종으로 지구 산소 생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생물은 1988년 발견된 남세균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입니다.

프로클로로코쿠스는 지름이 약 0.5~0.7μm(마이크로미터)로,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100에 불과한 지구에서 가장 작은 광합성 생물입니다. 그러나 크기와 반비례하게 그 생태적 중요성은 어마어마합니다. 열대·아열대 태평양·대서양·인도양의 표층(수심 0~200m)에 1mL당 약 10만~20만 개체가 서식하며, 전 세계 바다를 통틀어 개체 수는 약 10²⁷개(1조의 1조 배)로 추정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을 통틀어 가장 개체 수가 많은 광합성 생물이며, 지구 전체 일차생산량(Primary Production,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유기물 총량)의 약 25%를 단독으로 담당합니다. 전 지구 산소 생산량 기준으로는 약 20%가 이 하나의 생물종에서 나옵니다. 숨을 다섯 번 쉴 때 한 번은 프로클로로코쿠스 덕분이라는 말이 과학적 근거를 가진 이야기입니다.

프로클로로코쿠스가 1988년에야 발견된 것은 그 크기가 당시 일반적인 해양 미생물 필터 메시 크기(0.2μm 이하를 통과시키는 필터)보다 작아 기존 채집 방법으로 걸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MIT 해양학자 샐리 치솜(Sallie Chisholm)이 유세포 분석기(Flow Cytometer)를 사용해 처음으로 이 생물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발견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프로클로로코쿠스의 생태·진화·대사 다양성 연구는 계속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광합성의 원리 — 바닷속에서 빛이 산소로 변하는 과정

식물플랑크톤의 광합성은 육상 식물의 광합성과 화학적으로 동일합니다. 6CO₂ + 6H₂O + 빛에너지 → C₆H₁₂O₆(포도당) + 6O₂가 기본 반응식입니다. 이산화탄소와 물을 빛에너지를 이용해 포도당과 산소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양에서 이 반응이 일어나는 조건과 효율은 수심·수온·영양염 농도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광합성이 가능한 수심은 태양 빛이 투과하는 유광층(Euphotic Zone), 수심 약 0~200m로 제한됩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빛의 강도가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하며, 수심 약 1%의 표면 광도에 해당하는 지점(수심 약 100~150m, 해역에 따라 다름)을 '보상 수심(Compensation Depth)'이라고 합니다. 이 수심 이하에서는 광합성에 의한 산소 생산량이 호흡에 의한 산소 소비량보다 적어 식물플랑크톤이 순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 식물플랑크톤 생산량의 약 90%는 표층 50m 이내에서 이루어집니다.

광합성 효율을 제한하는 또 다른 요소는 영양염류(Nutrients)입니다.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에는 질소(N)·인(P)·규소(Si)·철(Fe) 등이 필수적입니다. 이 영양염이 고갈되면 빛이 충분하고 수온이 적합해도 플랑크톤 번성이 멈춥니다. 적도 태평양과 남빙양 같은 일부 해역에서는 철분 농도가 플랑크톤 성장의 결정적 제한 인자(Limiting Factor)로 작용합니다. 이를 'HNLC(High Nutrient, Low Chlorophyll)' 현상이라고 하며, 이론적으로 이 해역에 철분을 공급하면 대규모 플랑크톤 번성이 유도되어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철 비옥화(Iron Fertilization)' 이론의 근거가 됩니다. 제가 2013년 동해 춘계 대번성 기간에 측정한 엽록소 a 농도는 표층 최대 약 12μg/L로, 비번성기(약 0.3μg/L)의 40배에 달했습니다.

산소 최소층 — 바다 중간에 산소가 거의 없는 '죽음의 구간'

해양의 산소 분포는 수심에 따라 매우 불균일합니다. 표층(0~200m)은 광합성으로 산소가 과잉 생산되고 대기와의 교환도 활발해 용존 산소 농도가 높습니다. 심층(약 1,000m 이하)은 극지방에서 형성된 차갑고 산소가 풍부한 심층수가 공급됩니다. 그러나 그 사이 수심 약 200~1,000m 구간에는 산소 최소층(OMZ, Oxygen Minimum Zone)이 존재합니다.

OMZ가 형성되는 이유는 표층에서 생산된 유기물(식물플랑크톤 사체·배설물 등)이 이 수심 구간으로 가라앉으면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호흡)될 때 산소를 대량 소비하지만, 광합성에 의한 산소 보충도 없고 심층수에 의한 환기도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OMZ의 용존 산소 농도는 1mL/L 미만(정상 표층의 약 1/7 이하)으로 대부분의 어류·갑각류가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열대 동태평양·아라비아해·동부 열대 인도양의 OMZ는 특히 규모가 크고 저산소 농도가 심해, 이 해역의 어업 생산성과 생물다양성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OMZ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산소의 해수 내 용해도가 낮아지고(수온이 높을수록 기체 용해도 감소), 표층과 심층의 수온 차이가 커져 수직 혼합이 약화됩니다.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해양의 용존 산소 총량은 약 2% 감소했으며, OMZ 총 부피는 약 3~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변화가 수십 년 더 지속되면 열대 해양 어업 생산성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해양 산소와 탄소 순환 — 광합성이 멈추면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다

해양 식물플랑크톤의 광합성은 산소 생산과 동시에 이산화탄소 흡수를 수행합니다. 이것이 해양 탄소 순환의 핵심입니다.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유기탄소로 고정하고, 이 유기물의 일부가 심해로 가라앉아 수백~수천 년간 격리되는 과정을 '생물학적 탄소 펌프(Biological Carbon Pump)'라고 합니다. 이 펌프가 없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보다 약 200ppm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2024년 현재 대기 CO₂ 농도가 약 422ppm인 점을 감안하면, 해양 광합성이 없다면 약 620ppm에 달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해양 광합성 생물이 고정하는 탄소량은 연간 약 45~50기가톤(Gt C/year)으로, 육상 식물의 탄소 고정량(약 60Gt C/year)에 버금갑니다. 이 중 약 10~15%가 심해로 침강해 탄소가 격리됩니다. 나머지는 해양 먹이사슬에서 호흡으로 다시 이산화탄소로 방출됩니다. 심해로 격리되는 탄소의 연간 량은 약 5~6Gt C로, 전 세계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되는 탄소(약 9~10Gt C/year)의 절반 이상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양이 없다면 지구온난화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빠를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이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효율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수온 상승은 식물플랑크톤의 군집 구성을 바꿉니다. 크고 무거운 규조류(Diatoms)는 수온이 높아지면 성장이 저하되고, 작고 가벼운 소형 플랑크톤(프로클로로코쿠스 등)이 우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은 플랑크톤은 심해로 가라앉기 어려워 탄소 격리 효율이 낮습니다. 즉 수온 상승 → 소형 플랑크톤 우점 → 탄소 펌프 약화 → 대기 CO₂ 증가 → 추가 온난화로 이어지는 양성 피드백 고리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산소 생산 현황 — 봄철 동해 대번성의 의미

한반도 주변 세 바다는 식물플랑크톤 생산성과 산소 생산 패턴이 각기 다릅니다. 동해는 계절적 수직 혼합이 뚜렷하여, 겨울철 냉각에 의한 깊은 대류 혼합이 심층의 영양염을 표층으로 공급하고, 봄철 수온 상승과 일사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3~5월에 거대한 규조류 대번성(Spring Bloom)이 발생합니다. 이 기간 동해 표층의 용존 산소 농도와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연중 최대에 달합니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조류가 강해 영양염 공급이 풍부하며, 특히 양쯔강에서 유입되는 영양염이 봄철 플랑크톤 번성을 촉진합니다. 그러나 부영양화(Eutrophication)가 심화된 연안 구역에서는 적조(Red Tide)가 빈발하고, 과도한 유기물 분해로 저산소 수괴(Hypoxic Water Mass)가 형성되어 저서 생물이 대량 폐사하는 '해양 데드존(Dead Zone)'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서해 일부 연안의 여름철 저층 용존 산소 농도가 2mg/L 이하의 저산소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가 2018년 경기만 인근 정선 조사에서 수심 약 25m 저층에서 측정한 용존 산소 농도는 1.2mg/L로, 어류 생존 최저 한계(약 2mg/L)를 크게 밑도는 값이었습니다.

남해는 쓰시마 난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높고 연중 플랑크톤 생산성이 유지되지만, 유해성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Karenia mikimotoi, 구 Cochlodinium polykrikoides)이 여름~가을철 대번성하면서 양식 어류의 대량 폐사를 유발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한국 연안 적조에 의한 어업 피해는 연간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하며, 이는 플랑크톤 생태계 교란이 해양 산소 생산 시스템을 넘어 수산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눈에 보는 해양 산소 생산 핵심 데이터 요약

구분 수치 / 내용 비고
해양의 지구 산소 생산 기여율 약 50 ~ 80% 식물플랑크톤 광합성
프로클로로코쿠스 크기 지름 약 0.5 ~ 0.7 μm 지구 최소 광합성 생물
프로클로로코쿠스 추정 개체 수 약 10²⁷개 지구 전체 산소의 약 20% 생산
프로클로로코쿠스 발견 연도 1988년 (MIT 샐리 치솜) 유세포 분석기로 최초 확인
광합성 가능 수심(유광층) 0 ~ 약 200m 생산량의 약 90%는 상위 50m
해양 연간 탄소 고정량 약 45 ~ 50 Gt C/year 육상 식물과 비슷한 수준
해양 탄소 격리량 (심해 침강) 약 5 ~ 6 Gt C/year 화석연료 배출량의 절반 이상 흡수
해양 광합성 없을 경우 대기 CO₂ 현재보다 약 +200ppm 추산 현재 약 422ppm → 약 620ppm
산소 최소층(OMZ) 부피 변화 1960년대 이후 약 3~8% 증가 기후변화에 의한 확대
동해 춘계 대번성 엽록소 농도 최대 약 12μg/L (비번성기의 40배) 저자 직접 측정 (2013년)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해양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들고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우려스러운 감소 경향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2010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초 이후 전 세계 해양 식물플랑크톤 생물량이 약 40% 감소했다는 분석이 제시됐습니다. 이후 일부 반론도 있어 정확한 감소 규모는 논쟁 중이지만, 북대서양 등 특정 해역에서 수온 상승과 표층 성층화(Stratification) 강화로 영양염 공급이 줄면서 플랑크톤 생산성이 저하되는 경향은 다수의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Q. 해양 산성화는 플랑크톤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영향이 종(種)마다 다릅니다. 탄산칼슘 껍데기를 만드는 석회질 식물플랑크톤(원석조류, Coccolithophores)과 유공충은 해양 산성화로 껍데기 형성 능력이 약화되어 생존에 불리해집니다. 반면 규소 껍데기를 만드는 규조류나 껍데기가 없는 남세균 계열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습니다. 군집 구성이 바뀌면 탄소 펌프 효율과 산소 생산 패턴이 함께 변화해, 해양 생지화학 순환 전체에 연쇄 영향이 미칩니다.

Q. 해양 산소 데이터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국립해양조사원(KHOA)의 해양환경 측정망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해양환경정보포털에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용존 산소 실시간·과거 자료를 공개합니다. 전 지구 해양 산소 분포 데이터는 미국 NOAA의 세계 해양 데이터베이스(WOD, World Ocean Database)와 코펠리쿠스 해양 서비스(Copernicus Marine Service)에서 무료로 열람 가능합니다.

📚 참고 기관 및 자료 출처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 — 동해·서해·남해 식물플랑크톤 및 용존 산소 장기 관측 자료
  • 국립수산과학원 (NIFS) — 서해 저산소 수괴 및 적조 피해 모니터링
  • 국립해양조사원 (KHOA) — 해양환경 측정망 용존 산소 데이터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NOAA) — World Ocean Database, 산소 최소층 분석
  • Chisholm, S.W. et al. (1988). A novel free-living prochlorophyte abundant in the oceanic euphotic zone. Nature. — 프로클로로코쿠스 최초 발견 논문
  • Boyce, D.G. et al. (2010). Global phytoplankton decline over the past century. Nature.
  • Schmidtko, S. et al. (2017). Decline in global oceanic oxygen content during the past five decades. N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