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결코 조용하지 않습니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수천 km를 이동하고, 딱총새우 군락의 집단 발사음은 잠수함 소나를 교란합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선박 엔진·군사 소나·해저 자원 탐사가 만들어낸 수중 소음은 고래의 의사소통 범위를 90% 이상 줄였습니다. 바닷속 음향 세계의 경이로움과 위기에 대해서 같이 확인해볼까요?

물속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 — 공기의 4.4배 속도
소리는 매질(媒質)의 탄성을 통해 전달되는 압력파입니다. 공기 중 소리의 속도는 약 343m/s(섭씨 20도 기준)인 반면, 해수에서는 약 1,500m/s로 약 4.4배 빠릅니다. 물 분자가 공기 분자보다 훨씬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어 압력파가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특성은 감쇠율입니다. 같은 주파수의 소리가 공기 중에서 1km를 이동할 때 에너지의 대부분을 잃는 반면, 해수 중에서는 수백~수천 km를 이동해도 상당한 에너지를 유지합니다. 이것이 고래가 육상 동물보다 훨씬 먼 거리까지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 근거입니다.
해수에서 소리의 속도는 수온·염분·수압 세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온이 1℃ 오르면 음속은 약 4.6m/s 증가하고, 수압은 깊이 1,000m마다 약 17m/s씩 음속을 높입니다. 이 두 요소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특정 수심대에서 음속이 최솟값을 갖는 층이 형성됩니다. 이를 SOFAR 채널(Sound Fixing And Ranging Channel)이라 합니다. 대양에서는 보통 수심 600~1,200m에 위치하며, 이 층에 진입한 저주파 소리는 굴절에 의해 채널 안에 갇혀 거의 손실 없이 수천 km를 전파합니다. 냉전 시기 미 해군은 이 채널을 이용해 핵실험·잠수함을 탐지하는 SOSUS 수중 청음망을 구축했고, 현재는 과학자들이 해저 화산·지진·고래 이동 탐지에 활용합니다.
혹등고래의 노래 — 지구에서 가장 복잡한 동물 음성
혹등고래(Megaptera novaeangliae) 수컷의 노래는 동물계 전체에서 가장 복잡한 음성 표현 중 하나입니다. 하나의 '노래(Song)'는 반복되는 주제(Theme) 7~9개로 구성되고, 각 주제는 고정된 순서로 배열된 구(Phrase)의 반복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일 노래 세션은 6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수컷은 번식기 내내 노래를 중단하지 않습니다. 주파수 범위는 20Hz~4kHz로 인간의 가청 범위(20Hz~20kHz) 하단 일부와 겹칩니다.
가장 놀라운 특성은 노래의 '문화적 전파'입니다. 1990년대 호주 동부 해안 혹등고래 개체군 연구에서, 특정 수컷이 새로운 노래 패턴을 부르기 시작하면 수개월 안에 수천 km 떨어진 다른 개체들이 같은 패턴을 따라 부르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이 패턴은 서쪽에서 동쪽 방향(호주 서부→동부→통가→프랑스령 폴리네시아)으로 약 4,000km를 이동하며 전파됐습니다. 이는 유전자가 아닌 학습을 통해 음성 문화가 전달되는 비인간 동물의 사례로,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되어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혹등고래 노래의 생태적 기능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번식기 수컷의 암컷 유인과 수컷 간 경쟁 신호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먹이 섭취 구역에서도 노래가 관찰되는 점, 암수 모두 짧은 '사회적 소리(Social Sound)'를 낸다는 점에서 다목적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참고로 대왕고래(Blue Whale)의 노래는 혹등고래보다 주파수가 낮아(10~40Hz), 인간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SOFAR 채널을 통해 최대 1만 6천 km까지 전달됩니다.
돌고래의 반향정위 — 생체 소나의 정밀도
돌고래류는 반향정위(Echolocation)를 통해 시야가 전혀 없는 탁한 물속에서도 수cm 크기의 물체를 탐지하고, 모양·재질·내부 구조까지 구분합니다. 반향정위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돌고래 두부의 멜론(Melon)이라는 지방 조직이 음파 렌즈 역할을 해 클릭음(Click Sound)을 좁은 빔으로 집속해 전방으로 방사합니다. 이 클릭음은 주파수 40~150kHz의 초음파로,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반향음(Echo)을 아래턱의 지방 조직을 통해 내이로 전달합니다.
돌고래 반향정위의 분해능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실험에서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는 수면 아래 113m 거리에서 지름 7.6cm 강철 구와 8.9cm 구를 구분했으며, 두 구의 내부가 공기인지 물인지도 식별했습니다. 이는 현재 가장 정밀한 군사용 소나 시스템의 탐지 능력에 필적합니다. 클릭음의 발사 간격은 전방 물체까지의 거리에 따라 자동 조절됩니다. 가까운 물체 탐색 시 초당 수백 회, 원거리 탐색 시 초당 수십 회로 줄어들며, 음향적 시야각도 임무에 따라 넓혀지거나 좁혀집니다. 생체 실시간 적응 소나 시스템인 셈입니다.
향유고래(Sperm Whale)는 클릭음을 반향정위뿐 아니라 먹이 사냥 무기로도 활용한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향유고래의 비강 내 비경(Spermaceti Organ)은 초집속 음파를 생성해 심해 오징어를 음향적으로 기절시킨다는 '음향 충격 사냥' 가설입니다. 실제로 향유고래의 클릭음 강도는 230dB(수중 기준)에 달해 생물이 발생시키는 소리 중 가장 강력합니다. 다만 이 가설은 아직 직접 관찰 사례가 충분하지 않아 논쟁 중입니다.
딱총새우 — 소나를 교란하는 작은 저격수들
딱총새우(Pistol Shrimp, 학명 Alpheus spp.)는 체장 3~5cm에 불과하지만, 한쪽 집게발을 시속 97km로 닫으며 발생시키는 캐비테이션(공동화) 기포로 최대 218dB의 충격음을 만듭니다. 이 소리는 0.1ms(밀리초)의 극히 짧은 순간에 발생하며, 기포가 붕괴되는 순간 온도가 최대 8,000K(태양 표면 온도의 약 1.4배)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딱총새우는 이 충격파로 작은 물고기·새우를 기절시켜 사냥합니다.
이들이 수중 음향학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군집 소음 때문입니다. 열대·아열대 연안 암초 지대에 수백만 마리가 밀집해 동시에 발사하면, 100~200kHz 대역에서 연속적인 배경 소음이 형성됩니다. 이 소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 탐지 소나를 심각하게 교란했으며, 현재도 군사·과학 목적의 수중 음향 탐지를 어렵게 합니다. 역설적으로 과학자들은 이 소음의 밀도를 분석해 산호초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데 활용합니다. 건강한 암초일수록 딱총새우 개체 수가 많아 소음이 크고, 훼손된 암초는 조용해집니다.
수중 소음 공해 — 고래의 의사소통 범위를 90% 줄인 인간의 소리
지난 50년간 전 세계 상업 선박 수는 약 4배 증가했습니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엔진·프로펠러 캐비테이션 소음은 수중에서 190dB을 초과하며, 10~200Hz의 저주파 영역에서 수백 km까지 전파됩니다. 이 주파수 대역은 대왕고래·긴수염고래 등 수염고래류의 의사소통 주파수와 정확히 겹칩니다.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의 장기 수중 소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북태평양 배경 소음 수준은 1960년대 대비 2020년 현재 약 32dB 증가했습니다. 데시벨은 로그 스케일이므로, 32dB 증가는 음압 에너지 기준으로 약 1,600배 증가를 의미합니다.
이 소음 증가가 고래에게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음향 가리기(Acoustic Masking)'입니다. 선박 소음이 없던 산업화 이전, 대왕고래 수컷의 노래는 SOFAR 채널을 통해 최대 1만 6천 km까지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동일 조건에서 유효 의사소통 범위는 약 1,600km, 즉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계산됩니다. 이는 번식 파트너 탐색, 먹이 정보 공유, 개체군 간 유대 유지 등 핵심 생존 활동의 효율을 근본적으로 훼손합니다.
군사 소나(SONAR)는 더욱 즉각적인 피해를 유발합니다. 중주파 군사 능동 소나(MFAS)는 235dB 이상의 음압을 발생시키며, 1,000km 이상 전파됩니다. 2000년 바하마 해협, 2002년 카나리아 제도, 2004년 하와이 등에서 미 해군 훈련 직후 부리고래(Beaked Whale)를 포함한 고래류 집단 좌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부검 결과 내이 출혈, 지방 조직 내 질소 기포(감압병 유사 증상)가 확인됐습니다. 소나 음압에 놀란 고래가 급상승하며 감압병 유사 상태가 유발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제포경위원회(IWC)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군사 소나와 고래 좌초의 인과관계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해저 자원 탐사 에어건 — 10초마다 반복되는 충격
석유·가스 자원 탐사에 사용되는 에어건(Airgun) 어레이는 압축 공기를 순간 방출해 해저를 향해 259dB의 충격파를 발사합니다. 탐사 선박은 이 에어건을 10초 간격으로 24시간 연속 발사하며 수백 km를 항해합니다. 탐사 구역 반경 수십 km 이내의 어류는 청각 손상·방향 감각 상실을 일으키고, 플랑크톤은 충격파에 의해 세포 손상을 입는다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2017년 호주 연구팀은 에어건 발사 후 반경 1.2km 이내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의 폐사율이 최대 40%에 달했다고 보고했습니다.
| 소음원 | 음압(dB, 수중) | 주요 주파수 | 전파 거리 | 주요 피해 대상 |
|---|---|---|---|---|
| 대형 컨테이너선 | 190dB | 10~200Hz | 수백 km | 수염고래류 |
| 군사 능동 소나(MFAS) | 235dB+ | 1~10kHz | 1,000km+ | 이빨고래·부리고래 |
| 에어건 탐사 | 259dB | 10~300Hz | 수천 km | 어류·플랑크톤·고래 |
| 향유고래 클릭음 | 230dB | 100Hz~30kHz | 수십 km | —(생물 발생음) |
| 딱총새우 군집 | 218dB | 100~200kHz | 수 km | —(생물 발생음) |
수중 소음 저감 — 기술과 규제의 현주소
선박 소음 저감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첫째, 프로펠러 설계 개선입니다. 캐비테이션을 최소화하는 고효율 스큐드(Skewed) 프로펠러로 교체하면 소음을 최대 10dB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선체 공기 윤활(Air Lubrication System)로 선저 마찰을 줄여 프로펠러 부하를 낮추는 방식입니다. 셋째, 전기추진·수소연료전지 선박으로의 전환입니다. 전기 추진 선박의 수중 소음은 기존 디젤 선박 대비 최대 20dB 낮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14년 선박 소음 저감 지침(MEPC.1/Circ.833)을 채택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있습니다.
군사 소나 규제 측면에서는 200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군사 훈련의 필요성이 고래 보호보다 우선한다'고 판결해 논란이 됐습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훈련 구역 내 고래 관찰 시 소나 출력 단계적 감소 절차를 자발적으로 채택했습니다. 가장 실효적인 수중 소음 저감 방안은 해양보호구역(MPA) 내 선박 속도 제한과 항로 이동입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는 북방 거주성 범고래(Northern Resident Orca) 핵심 서식 해역에서 선박 속도를 12노트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을 2020년 도입했으며, 시행 1년 만에 해당 구역 수중 소음이 평균 6.2dB 감소했습니다.
FAQ — 수중 소리에 대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Q. 고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네,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 NOAA와 하와이 대학교 해양연구소는 실시간 수중 청음 스트림을 온라인으로 공개합니다. 검색어 'NOAA hydrophone live stream'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고래 노래 음원은 코넬 대학교 생체음향학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의 Macaulay Library에서 무료로 청취·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연구를 수행하는 고래연구센터에서 돌고래 음성 데이터를 일부 공개하고 있습니다.
Q. 수중에서 사람이 말하면 고래에게 들릴까요?
인간의 말소리 주파수(300~3,400Hz)는 돌고래의 청각 범위(200Hz~150kHz)와는 겹치지만, 수염고래류(저주파 20~2,000Hz)와는 부분적으로만 겹칩니다. 다이빙 중 수중에서 발성하면 음파가 공기-물 경계면에서 크게 반사되어 전달 효율이 매우 낮습니다(약 0.1% 미만 투과). 따라서 다이버가 수중에서 말하는 소리는 수 미터 밖에서도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반면 수면에서 선박이나 보트 엔진이 만드는 저주파 소음은 물속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투과됩니다.
Q. 한국 연안의 수중 소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2021년 발표한 국내 주요 해역 수중 소음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부산항·인천항 인근 해역의 평균 수중 소음은 130~145dB(1~500Hz 대역 기준)로, 국제해사기구 선박 소음 저감 지침의 권고 기준(140dB 이하)을 일부 초과했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 해역인 제주 서부·북부 연안에서는 유람선·낚시선 증가로 2015년 대비 2021년 소음 수준이 약 8dB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참고 기관 및 자료 출처
- Payne, R. & McVay, S. (1971). Songs of Humpback Whales. Science. — 혹등고래 노래 최초 과학 기술 원전
- Noad, M.J. et al. (2000). Cultural revolution in whale songs. Nature. — 혹등고래 노래 문화 전파 원전
- Au, W.W.L. (1993). The Sonar of Dolphins. Springer. — 돌고래 반향정위 표준 교재
- NOAA — Ocean Noise Strategy Roadmap (2016); Underwater Sound Field Monitoring Program
- 국제해사기구(IMO) — MEPC.1/Circ.833 Guidelines for the Reduction of Underwater Noise
-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 국내 주요 해역 수중 소음 모니터링 보고서(2021)
- Weilgart, L.S. (2007). The impacts of anthropogenic ocean noise on cetaceans. Marine Pollution Bulle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