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수익을 낸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1년 전에는 반신반의했다. 퇴근 후 두세 시간, 주말 오전 몇 시간으로 뭔가를 만들고 돈을 번다는 게 로망처럼 들렸다. 그리고 솔직히 "맥북이 좋으면 뭔가 더 잘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 장비빨은 있다. 근데 생각한 방식과는 다르다. 맥북 M3가 코드를 더 빨리 짜줄 리는 없고, 아이패드가 아이디어를 대신 내줄 리도 없다. 그런데 1년을 돌아보니, 애플 기기 조합이 내 작업 패턴 자체를 바꿔놨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수익 숫자와 함께 솔직하게 쓴다.

📋 이 글에서 다루는 것: MacBook Pro M3 + iPhone 15 Pro + iPad Air + Apple Watch를 쓰면서 진행한 사이드 프로젝트 1년 수익화 경험. 기기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비용 대비 효과는 어떤지를 숫자와 함께 씁니다. 방법론 글이 아닌 경험 기록입니다.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면서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세 가지를 동시에 굴렸다. 하나는 Next.js로 만든 소규모 SaaS 툴, 하나는 기술 블로그 + 애드센스, 마지막 하나는 외주 프로젝트 간헐적 수주. 세 가지가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 어느 것이 "됐다"고 단정짓기 어렵고, 그게 오히려 비교 관찰이 재밌었다.
SaaS 툴은 개발자들이 쓰는 간단한 유틸리티였다. 거창한 건 아니고, 내가 실무에서 직접 불편해서 만든 거라 출발점은 나름 진짜 문제였다. 블로그는 기술 포스팅 위주였고 애드센스 수익이 주였다. 외주는 지인 연결로 간간이 들어오는 정도.
월별 수익 추이 — 실제 숫자
첫 석 달은 거의 제로였다. 정확히는 블로그 애드센스 소액이 전부였고, SaaS 툴은 개발만 하고 있었다. 4개월 차부터 조금씩 붙기 시작했고, 9개월 차에 드디어 장비 구입 비용을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 참고: 위 수치는 세전 기준이며 SaaS + 블로그 + 외주를 모두 합산한 금액입니다. 외주가 없었던 달은 훨씬 낮습니다. "월 100만 원 넘겼다"는 건 맞지만 매달 일정하게 들어온 건 아닙니다.
애플 기기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나
솔직히 처음엔 이 부분을 쓰기가 좀 껄끄러웠다. "맥북 써서 돈 벌었다"고 쓰면 과대 포장 같고, "상관없다"고 쓰면 거짓말이 되는 것 같았다. 1년 돌아보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 기기 자체보다 기기가 만들어낸 작업 패턴이 차이를 만들었다.
① MacBook Pro M3 — 퇴근 후 30분을 살렸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시간이 부족하다. 퇴근 후 지쳐있는 상태에서 노트북 열고 개발 환경 뜨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냥 닫고 싶어진다. 맥북은 덮었다 열면 1초 안에 돌아온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오늘도 좀 해볼까"라는 마음을 유지하는 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충전기 없이 카페에서 3~4시간 작업이 가능하니 이동 중에도 켜는 빈도가 늘었다. 성능은 말할 것도 없고 — Next.js 개발 서버, Docker 컨테이너 몇 개, 브라우저 탭 수십 개 동시에 켜도 팬이 안 돌아간다. 정신적으로 쾌적하다.
② iPad Air + Apple Pencil — 기획을 폰으로 안 하게 됐다
예전엔 아이디어가 생기면 폰 메모에 짧게 적고 잊어버리는 패턴이었다. iPad에 Apple Pencil로 쓰기 시작하면서 기획 단계가 진짜 종이 노트처럼 풍성해졌다. 와이어프레임, 기능 흐름도, 사용자 시나리오를 손으로 그리고, 그게 iCloud로 맥에 바로 올라온다. 이 흐름이 생기고 나서 "만들다 방향 잃는" 경우가 줄었다.
💡 실제로 쓴 조합: Freeform(Apple 기본 앱)에서 아이패드로 기획 스케치 → iCloud 자동 동기화 → 맥에서 Figma로 구체화. 앱 전환 없이 연속적으로 작업되는 느낌이 집중력을 유지해줬다.
③ iPhone 15 Pro — 출퇴근 시간을 작업 시간으로
지하철 출퇴근 40분을 예전엔 유튜브로 때웠다. 지금은 아이폰으로 GitHub Issues 확인, 사용자 피드백 읽기, 블로그 댓글 답변을 한다. 이 시간이 쌓이니까 퇴근 후 개발 시간에 "오늘 뭐 해야 하지" 고민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Universal Clipboard로 폰에서 복사한 내용을 맥에서 그냥 붙여 쓰는 것도 생각보다 자주 쓴다.
④ Apple Watch — 집중 블록 관리
이게 의외였다. 워치에서 집중 모드 설정해두면 사이드 프로젝트 작업 시간에 알림이 완전히 차단된다. 폰을 뒤집어 놔도 신경 쓰이는데, 워치 화면이 꺼져 있으면 진짜로 안 들어온다는 게 심리적으로 달랐다. 작업 집중 블록을 1시간씩 나눠서 쓰는 습관이 생겼고, 그 블록의 질이 올라갔다.
이전 장비 조합
- 윈도우 노트북 부팅 1~2분
- 안드로이드 → 맥 파일 전송 번거로움
- 폰 메모에 아이디어 적고 방치
- 알림 차단 없이 작업
- 카페에서 충전기 필수
현재 애플 조합
- 덮었다 열면 1초 복귀
- AirDrop / Universal Clipboard
- iPad Freeform으로 기획 시각화
- 워치 집중 모드 알림 완전 차단
- 배터리 10시간+ 충전기 없이
실제로 쓴 도구들 — 기기별
개발 환경 핵심
VS Code + Next.js 개발 서버, Vercel CLI, Docker Desktop, TablePlus. 사이드 SaaS 전체를 여기서 만들었다.
Freeform + 메모앱
아이패드에서 기획 스케치. 맥에서 바로 열린다. 유료 앱 살 필요 없이 이걸로 1년 기획을 다 했다.
Sidecar 서브 모니터
카페나 외부에서 작업할 때 아이패드를 서브 디스플레이로 연결. 브라우저 + 에디터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생산성 체감이 컸다.
Notion + Linear
프로젝트 관리. Notion은 문서, Linear는 이슈 트래킹. 아이폰에서도 쾌적하게 돌아가는 게 포인트였다.
비용 계산 — 투자 대비 회수는?
가장 솔직하게 써야 하는 부분이다. 기기 구입 비용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 항목 | 구입 시기 | 비용 |
|---|---|---|
| MacBook Pro M3 14" (기존 보유) | 프로젝트 전 | — |
| iPad Air 6세대 + Apple Pencil 2 | 프로젝트 시작 시 | ₩1,080,000 |
| iCloud 200GB 구독 (연간) | 매년 | ₩39,000 |
| 기타 유료 앱/서비스 (Notion 등) | 연간 | ₩120,000 |
| 총 신규 투자 비용 | ₩1,239,000 |
11개월 누적 수익은 약 520만 원이었다. 신규 투자 비용 약 124만 원은 4~5개월 차에 이미 회수됐다. 단, 맥북은 사이드 프로젝트 전부터 보유하고 있었으니 추가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 결론: 기기 투자 비용 회수는 5개월이면 충분했다. 다만 이건 수익이 나기 시작했을 때 이야기고, 첫 3개월은 수익이 사실상 없었다. 기기가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장비빨의 진짜 의미 — 1년 후 솔직한 생각
기기는 "시작의 마찰"을 줄여준다
개발 환경이 1초 만에 돌아오고, 아이디어를 바로 시각화할 수 있고, 출퇴근 중에도 이어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진입 장벽을 낮춘다. 지쳐있어도 "일단 열어보자"가 되는 환경.
하지만 아이디어와 실행은 기기가 대신 못 한다
가장 힘들었던 건 기기 문제가 아니었다. 사용자가 안 쓰는 기능을 계속 만드는 것, 방향을 잃는 것, 꾸준히 하는 것. 맥북이 아무리 빠르게 빌드해줘도 이건 해결 안 됐다.
연동 생태계가 "전환 비용 없는 이동"을 만든다
업무용 맥에서 사이드 프로젝트용 맥으로 전환할 때, 아이패드로 넘어갈 때, 폰으로 이어볼 때 — 이 전환들이 매끄러울수록 작업의 모멘텀이 유지됐다. 이게 생산성에서 가장 실질적인 차이였다.
비싼 장비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이것도 있었다. 백만 원 넘는 아이패드를 샀는데 안 쓸 수는 없잖아라는 심리. 본전 생각에 더 열심히 쓴 면도 있다. 나쁜 동기 부여는 아니었다.
🍎 최종 판정 — 장비빨 있나?
있다. 그런데 기기가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기기가 "계속 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퇴근 후 30분을 낭비 없이 쓰게 하고, 이동 중에도 이어서 작업하게 하고, 집중 블록을 지키게 해주는 것 — 이게 1년 누적되면 꽤 큰 차이가 된다.
다만 이걸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이유로 삼으면 안 된다. 만들 것, 팔 것, 지속할 수 있는 구조가 먼저고 기기는 그다음이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이드 프로젝트 하시는 분들, 기기 세팅이 작업 패턴에 영향을 준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어떤 장비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1년 써보고 "장비빨은 있는데, 순서는 나중"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댓글로 다른 경험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특히 윈도우나 다른 조합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하시는 분들 이야기가 궁금해요 🙌
다음 글에서는 사이드 SaaS 툴을 처음 런칭하고 첫 유료 전환 유저가 생기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써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