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서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저기압은 주변보다 기압이 낮은 지역으로, 공기가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상승기류를 만들어 구름과 비를 형성합니다. 그런데 저기압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열대성 저기압과 온대성 저기압입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으로 불리는 강력한 폭풍이며, 온대성 저기압은 중위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동성 저기압입니다. 겉보기에는 둘 다 저기압이지만, 그 생성 원리와 구조, 에너지원, 그리고 날씨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열대성 저기압과 온대성 저기압이 어떻게 다른지,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 그리고 각각의 특징과 영향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열대성 저기압의 탄생과 성장
열대성 저기압은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다에서 태어납니다. 발생하려면 몇 가지 엄격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해수면 온도가 섭씨 27도 이상이어야 합니다. 따뜻한 바닷물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열대성 저기압의 핵심 에너지원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위도 5도 이상 떨어진 곳이어야 합니다. 적도에서는 지구 자전에 의한 전향력이 거의 없어 회전하는 저기압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대기 상층과 하층의 바람 차이, 즉 연직 윈드시어가 작아야 합니다. 바람의 수직 변화가 크면 발달하는 저기압의 구조가 무너져버립니다. 넷째, 중층 대기의 습도가 높아야 합니다.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 구름 형성이 방해받습니다. 이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면 열대 해상에 작은 저기압이 형성됩니다. 처음에는 약한 열대 저압부로 시작하지만, 바다에서 계속 에너지를 공급받으면서 점차 강해집니다. 중심 풍속이 초속 17미터를 넘으면 열대폭풍으로 분류되고, 초속 33미터 이상이 되면 비로소 태풍이나 허리케인으로 불립니다. 열대성 저기압의 에너지원은 전적으로 바다의 열입니다. 따뜻한 해수면에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증발하고, 이 수증기가 상승하면서 응결할 때 잠열이 방출됩니다. 물 1그램이 증발할 때 주변에서 약 600칼로리의 열을 흡수하는데, 이 열은 나중에 수증기가 물로 응결될 때 다시 방출됩니다. 강력한 태풍 하나가 하루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는 수백 개의 원자폭탄에 맞먹는 엄청난 양입니다. 열대성 저기압의 구조는 매우 대칭적입니다. 중심에는 태풍의 눈이라는 고요한 지역이 있고, 그 주위를 눈벽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눈벽은 가장 강한 상승기류와 최대 풍속이 나타나는 위험 지역입니다. 눈벽 바깥으로는 나선형의 강수대가 뻗어 있으며,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바람과 비가 약해집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전선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주변 전체가 따뜻하고 습한 공기로 이루어져 있어 온도 경계면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온대성 저기압과의 중요한 차이입니다.
온대성 저기압의 형성과 진화
전선과 함께하는 중위도의 저기압
온대성 저기압은 중위도 지역, 즉 위도 30~60도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 지역에서는 북쪽의 차갑고 건조한 극기단과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열대기단이 만납니다. 이 두 기단의 경계에서 온대성 저기압이 탄생합니다. 온대성 저기압의 발달 과정은 노르웨이 학파가 제시한 모델로 잘 설명됩니다. 첫 단계는 초기 단계입니다. 두 기단의 경계인 정체전선 위에 작은 파동이 생기면서 저기압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 파동은 상층의 기압골과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만들어집니다. 두 번째는 파동 단계입니다.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 명확하게 형성됩니다. 저기압 중심의 서쪽에는 한랭전선이, 동쪽에는 온난전선이 뻗어 나갑니다. 세 번째는 성숙 단계입니다. 저기압이 최대로 발달하여 중심 기압이 가장 낮아집니다. 한랭전선은 온난전선보다 빠르게 이동하여 점차 온난전선을 따라잡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강합니다. 네 번째는 폐색 단계입니다. 한랭전선이 온난전선을 따라잡으면서 지표면의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 사이에 끼여 위로 밀려 올라갑니다. 폐색전선이 형성되며 저기압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은 소멸 단계입니다. 전선이 사라지고 저기압은 약한 기압골로 남거나 완전히 소멸합니다. 온대성 저기압의 에너지원은 남북 간의 온도 차이입니다.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의 위치에너지 차이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저기압이 발달합니다. 이를 경압 불안정이라고 부릅니다. 열대성 저기압처럼 바다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대기 자체의 온도 구조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입니다.
온대성 저기압의 계절별 특성
온대성 저기압은 사계절 내내 발생하지만 계절에 따라 특성이 다릅니다. 봄철과 가을철에는 온대성 저기압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합니다. 이 시기에는 남북 간의 온도 경도가 크고, 제트기류도 강하게 발달하여 저기압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집니다. 봄철 저기압은 빠르게 이동하며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뿌립니다. 특히 황해를 지나는 저기압은 서해안에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일으킵니다. 봄철 저기압은 황사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저기압이 중국 북부를 지날 때 강한 바람으로 황사를 일으키고, 이것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입니다. 여름철에는 온대성 저기압의 활동이 약해집니다. 남북 간의 온도 차이가 작아지고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후퇴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정체전선인 장마전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마전선 위에서 작은 저기압들이 계속 발생하여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비를 뿌립니다. 가을철 저기압은 봄과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봄보다 약합니다. 가을 저기압은 이동성 고기압과 교대로 지나가면서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번갈아 나타나게 만듭니다. 이른바 삼한사온의 날씨 패턴이 온대성 저기압과 고기압의 교대로 만들어집니다. 겨울철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여 저기압의 활동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때때로 서해상이나 일본 동쪽 해상에서 저기압이 급속히 발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폭탄 저기압이라고 부르는데, 24시간에 중심 기압이 24헥토파스칼 이상 떨어지는 빠르게 발달하는 저기압입니다. 폭탄 저기압은 강한 바람과 폭설을 동반하여 큰 피해를 줍니다.
열대성과 온대성 저기압의 본질적 차이
두 저기압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에너지원입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바다의 열에너지를 직접 사용합니다. 따뜻한 해수면에서 증발한 수증기의 잠열이 에너지원이므로, 따뜻한 바다 위에 있는 한 계속 강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육지에 상륙하거나 차가운 바다로 이동하면 에너지 공급이 끊겨 급격히 약해집니다. 온대성 저기압은 남북 간의 온도 차이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바다나 육지 구분 없이 발달할 수 있지만, 온도 경도가 작아지면 약해집니다. 구조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축대칭 구조를 가지며, 중심에 따뜻한 공기 기둥이 있는 난핵 구조입니다. 전선이 없고 모든 방향에서 고르게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중심으로 모여듭니다. 온대성 저기압은 비대칭 구조이며, 중심에 찬 공기가 있는 한핵 구조입니다.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 저기압의 필수 구성 요소이며, 전선을 경계로 기온과 날씨가 급격히 변합니다. 크기도 다릅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직경이 보통 수백 킬로미터이며, 강풍 영역은 중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온대성 저기압은 직경이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며, 전선을 따라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생명 주기도 차이가 있습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일단 발생하면 일주일 이상 유지될 수 있으며, 이동 거리도 수천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온대성 저기압은 보통 3~7일 정도 지속되며, 발달하고 소멸하는 과정이 비교적 빠릅니다. 강도 면에서 열대성 저기압이 훨씬 강력합니다. 강한 태풍의 중심 기압은 900헥토파스칼 이하까지 떨어지고, 최대 풍속은 초속 70미터를 넘습니다. 온대성 저기압은 일반적으로 중심 기압이 980~1000헥토파스칼이며, 최대 풍속도 초속 20~30미터 수준입니다. 물론 폭탄 저기압처럼 예외적으로 강한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열대성 저기압이 더 파괴적입니다. 이동 경로도 다릅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초기에는 무역풍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중위도로 올라오면서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온대성 저기압은 처음부터 편서풍을 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열대성 저기압이 중위도로 올라오면서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온대 저기압화라고 하는데, 태풍이 찬 공기를 만나면서 구조가 변하고 전선이 형성되면서 온대성 저기압의 특징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세력이 다시 강해지기도 하여, 온대 저기압화된 태풍이 큰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저기압 모두 인류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열대성 저기압은 파괴적이지만 발생 빈도가 낮고 영향 지역도 제한적입니다. 온대성 저기압은 개별적으로는 약하지만 중위도 전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여 날씨 변화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두 저기압의 영향을 모두 받는 독특한 위치에 있어, 여름에는 태풍을, 봄가을에는 온대성 저기압을 경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