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는 지진은 인류가 경험하는 가장 무서운 자연재해 중 하나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으로 쓰나미를 일으켜 약 2만 명의 사망자를 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촉발했습니다. 1976년 중국 탕산 대지진은 24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은 한반도도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지진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땅속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는 원리, 지진파의 특성, 지진의 규모와 강도 측정 방법, 그리고 지진 예측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판 구조론과 지진의 탄생
지진을 이해하려면 먼저 판 구조론을 알아야 합니다. 지구의 겉껍질인 암석권은 하나로 이어진 껍질이 아니라 십여 개의 거대한 판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판들은 그 아래에 있는 연약권 위에서 마치 얼음 조각이 물 위에 떠 있듯이 움직입니다. 판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려서 1년에 몇 센티미터 정도이지만, 수백만 년 동안 축적되면 대륙을 이동시키고 산맥을 만들어냅니다. 판들이 만나는 경계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발산 경계는 두 판이 서로 멀어지는 곳으로, 대서양 중앙 해령이 대표적입니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해양 지각이 만들어지며, 비교적 약한 지진이 발생합니다. 수렴 경계는 두 판이 충돌하는 곳입니다. 밀도가 높은 해양판이 밀도가 낮은 대륙판 아래로 섭입하면 섭입대가 형성되고, 두 대륙판이 충돌하면 거대한 산맥이 만들어집니다. 환태평양 지진대와 히말라야 산맥이 이렇게 형성되었습니다. 수렴 경계에서는 강력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변환 경계는 두 판이 서로 엇갈려 지나가는 곳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안드레아스 단층이 유명합니다. 이곳에서도 대형 지진이 발생합니다. 지진은 판의 경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 판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판 내부 지진은 고대의 단층이 재활성화되거나 지각 내부의 응력이 축적되어 발생합니다. 한반도의 지진이 바로 판 내부 지진입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판의 내부에 위치하지만, 태평양 판과 필리핀해 판의 섭입으로 인한 광역 응력이 전달되어 지진이 발생합니다.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암석의 파괴입니다. 판의 움직임으로 암석에 응력이 계속 축적되면, 암석은 탄성 변형을 겪습니다. 마치 고무줄을 당기는 것처럼 형태가 변하지만 아직 끊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응력이 암석의 강도를 넘어서면 갑자기 파괴되면서 단층을 따라 미끄러집니다. 이를 탄성반발설이라고 하며, 지진 발생의 기본 원리입니다. 암석이 파괴되는 순간 축적되었던 탄성 에너지가 급격히 방출되고, 이 에너지가 지진파의 형태로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지진이 처음 발생한 지점을 진원 또는 진앙이라고 부릅니다. 진원은 지하 깊은 곳에 있으며, 진원 바로 위의 지표면 지점을 진앙이라고 합니다.
지진파의 종류와 전파
실체파와 표면파의 특성
지진이 발생하면 여러 종류의 지진파가 발생합니다. 지진파는 크게 실체파와 표면파로 나뉩니다. 실체파는 지구 내부를 통과하는 파동으로 P파와 S파가 있습니다. P파는 압축파 또는 종파라고도 불리며, 가장 빠른 지진파입니다. 암석 속을 초속 6~8킬로미터의 속도로 전파되며, 진동 방향이 파의 진행 방향과 같습니다. 마치 용수철을 밀고 당기는 것처럼 암석을 압축하고 팽창시키면서 지나갑니다. P파는 고체, 액체, 기체 모두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P파가 도착하면 처음에는 작은 상하 진동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초기 미동입니다. S파는 전단파 또는 횡파라고 불리며, P파보다 느립니다. 속도는 초속 3~5킬로미터 정도이며, 진동 방향이 파의 진행 방향과 수직입니다. 밧줄을 흔들 때 만들어지는 파동과 비슷합니다. S파는 고체만 통과할 수 있고 액체나 기체는 통과하지 못합니다. 이 특성 덕분에 지구 외핵이 액체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S파가 도착하면 본격적인 큰 흔들림인 주요동이 시작됩니다. 실제로 피해를 주는 것은 주로 S파입니다. 표면파는 지표면을 따라 전파되는 파동으로, 실체파보다 느리지만 진폭이 크고 에너지가 강합니다. 러브파와 레일리파가 있습니다. 러브파는 수평 방향으로 흔드는 파동이며, 레일리파는 물결파처럼 타원 운동을 하는 파동입니다. 표면파는 전파 속도가 느려 나중에 도착하지만, 건물에 가장 큰 피해를 줍니다. 특히 고층 건물은 표면파의 긴 주기에 공명하여 큰 흔들림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지진파를 이용한 지구 내부 탐사
지진파는 지구 내부를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지진파는 통과하는 물질의 밀도와 상태에 따라 속도가 변하고 굴절되기 때문에, 지진파의 도달 시간과 경로를 분석하면 지구 내부 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지진파 연구를 통해 지구가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은 지각과 맨틀의 경계로, 이곳에서 지진파의 속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대륙 지각 아래에서는 깊이 30~50킬로미터에, 해양 지각 아래에서는 5~10킬로미터에 위치합니다.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은 맨틀과 외핵의 경계로, 깊이 2900킬로미터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S파가 사라지고 P파의 속도가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는 외핵이 액체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레만 불연속면은 외핵과 내핵의 경계로, 깊이 5100킬로미터에 위치합니다. 내핵은 다시 고체 상태입니다. 지진파 토모그래피 기술을 사용하면 맨틀 내부의 3차원 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지진파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여 맨틀의 온도와 밀도 분포를 그려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맨틀 플룸이나 섭입하는 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진의 규모와 강도 측정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규모는 지진 자체가 방출한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며, 진도는 특정 지점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규모는 객관적이고 하나의 값만 가지지만, 진도는 주관적이며 장소에 따라 다릅니다. 리히터 규모는 가장 먼저 개발된 지진 규모 척도입니다. 지진계에 기록된 최대 진폭을 기준으로 계산하며, 로그 척도를 사용합니다. 규모가 1 증가하면 진폭은 10배 커지고, 방출 에너지는 약 32배 증가합니다. 따라서 규모 7의 지진은 규모 5의 지진보다 약 1000배나 강력합니다. 리히터 규모는 규모 7 이상의 대형 지진에서는 포화되어 정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멘트 규모를 주로 사용합니다. 모멘트 규모는 단층 면적, 변위량, 암석의 강성도를 종합하여 계산하며, 모든 크기의 지진에 적용 가능합니다. 동일본 대지진의 규모 9.0, 칠레 대지진의 규모 9.5는 모두 모멘트 규모입니다. 진도는 사람이 느끼는 흔들림과 피해 정도로 표현합니다.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은 1부터 12까지 있으며, 진도 1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진도 12는 완전한 파괴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기상청 진도 계급을 사용하며, 1부터 12까지로 구분합니다. 진도는 진원으로부터의 거리, 지반의 특성, 건물의 내진 설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연약한 충적층 위에서는 진도가 높고, 단단한 암반 위에서는 진도가 낮습니다. 지진의 피해는 규모보다 진도와 더 관련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더라도 해저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발생하면 피해가 없지만, 규모가 작아도 인구 밀집 지역의 얕은 곳에서 발생하면 큰 피해를 입힙니다. 지진 예측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정확한 시간과 장소, 규모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지진 위험도 평가는 가능합니다. 과거 지진 기록, 활성 단층 분포, 판의 운동 속도를 분석하여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내에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조 현상을 관측하여 단기 예측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지진 전에 지하수위 변화, 지각 변동, 전자기파 이상, 동물의 이상 행동 등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립된 예측 방법은 아닙니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조기 경보 시스템입니다. P파를 먼저 감지하여 파괴적인 S파가 도착하기 전에 경보를 발령하는 것입니다. 수십 초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고, 열차를 감속하며, 가스 밸브를 잠글 수 있습니다. 일본의 긴급 지진 속보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지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내진 설계입니다. 건물이 지진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고, 면진 장치로 흔들림을 흡수하며, 중요 시설은 더 높은 내진 기준을 적용합니다. 지진은 막을 수 없지만, 대비는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