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AirPods Pro 2를 샀다. 사실 이전에 쓰던 1세대 AirPods Pro도 나쁘지 않았는데, 귀에 잘 맞지 않아서 조금만 오래 껴도 통증이 생기는 게 문제였다. 2세대에서 이어팁 크기가 더 다양해졌다는 말에 혹해서 업그레이드를 결심했다. 1년을 써본 지금, 솔직하게 좋은 점과 실망한 점을 같이 적어본다.

첫인상 —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이지만
외관은 1세대와 거의 똑같다. 나란히 놓으면 케이스가 약간 커졌고 끝이 더 둥글어진 정도. 솔직히 "이게 신제품 맞아?"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귀에 꽂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선된 이어팁이 핵심이었다. XS 사이즈가 추가됐고, 실리콘 소재가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라 오래 껴도 예전만큼 귀가 아프지 않았다. 귀 모양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여기서만 이미 업그레이드 값어치를 절반쯤 했다고 느꼈다.
노이즈 캔슬링 — 체감상 확실히 달라졌다
가장 궁금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ANC(능동형 소음 차단) 성능이 실제로 좋아졌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1세대 대비 체감 차이가 있다. 특히 저음역대 소음 — 지하철 달리는 소리, 비행기 엔진 소리, 사무실 에어컨 소음 같은 것들이 훨씬 잘 잘려나간다.
개발할 때 사무실에서 자주 쓰는데, 옆자리 사람이 전화 통화하는 소리 정도는 아직 살짝 들린다. 완전한 방음은 아니지만, 집중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음악 없이 ANC만 켜놓고 코딩하는 날도 꽤 생겼다. 주변 소음이 낮은 주파수의 백색소음처럼 눌려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된다.
지하철 · 버스 주행 소음 → 90% 이상 차단
비행기 엔진 소음 → 85% 이상 차단
사무실 에어컨 · 배경 잡음 → 95% 이상 차단
옆사람 대화 소리 → 50~60% 차단
공사장 타격음 등 고음역 충격음 → 30~40% 차단
경쟁 제품과 비교해보니 — 여전히 최강인가?
1년 동안 쓰면서 주변 사람들의 Sony WF-1000XM5, Samsung Galaxy Buds3 Pro도 잠깐씩 써볼 기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ANC 성능 자체는 Sony가 조금 더 강하다는 느낌이 있다. 특히 고음역 소음 차단은 소니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AirPods Pro 2가 압도적으로 앞서는 부분이 있다 — 바로 Apple 기기와의 연동성이다.
| 항목 | AirPods Pro 2 | Sony XM5 | Galaxy Buds3 Pro |
|---|---|---|---|
| ANC 성능 | ★★★★☆ | ★★★★★ | ★★★★☆ |
| Apple 기기 연동 | ★★★★★ | ★★★☆☆ | ★★☆☆☆ |
| 음질 | ★★★★☆ | ★★★★★ | ★★★★☆ |
| 착용감 · 안정성 | ★★★★★ | ★★★★☆ | ★★★★☆ |
| 배터리 (이어폰 단독) | ★★★★☆ | ★★★★★ | ★★★★☆ |
| 가격 대비 가치 (Apple 유저) | ★★★★★ | ★★★★☆ | ★★★☆☆ |
아이폰과 맥북을 같이 쓰는 입장에서, 두 기기 사이를 전환할 때 끊김 없이 자동으로 연결되는 건 한 번 경험하면 포기하기 힘들다. 맥에서 유튜브 보다가 아이폰으로 전화 오면 자동으로 아이폰으로 넘어간다. 소니는 이 전환이 느리고 수동이다. 작은 차이 같지만, 매일 쓰다 보면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적응형 오디오 — 쓰면 쓸수록 신기하다
iOS 17 업데이트와 함께 추가된 적응형 오디오(Adaptive Audio)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ANC와 주변음 허용 모드를 자동으로 섞어서 상황에 맞게 조절해준다는 건데, 실제로 길을 걸으면서 누가 말을 걸면 소리가 살짝 들어오고, 조용한 카페에 앉으면 다시 ANC가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다. 공사장 옆을 지날 때 갑자기 소음이 쏟아지는 경우가 가끔 있고, 상황 판단이 느릴 때도 있다. 하지만 수동으로 모드를 바꾸는 번거로움이 줄어든 건 확실하다. 버전이 올라가면서 더 정교해졌으면 한다.
통화 품질 — 기대 이상이었다
재택근무와 화상 미팅이 잦은 요즘, 통화 품질도 중요한 기준이 됐다. AirPods Pro 2의 통화 품질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아도 상대방이 "어디야? 바깥이야?" 하고 물어보는 경우가 확실히 줄었다. 바람 소리 차단이 특히 잘 된다는 느낌.
Zoom 미팅에서도 마이크 품질 문제로 "다시 말해줄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 빈도가 전보다 줄었다. 물론 고가 외장 마이크와 비교할 순 없지만, 무선 이어폰으로서는 꽤 충실한 수준이다.
1년 사용 후 솔직한 불만 사항
- 이어팁이 생각보다 빨리 노후화된다. 6개월쯤 지나니 실리콘이 약간 뻣뻣해진 느낌이 들었고, 결국 교체했다.
- 케이스 충전 덮개가 헐거워졌다. 살짝 떨어뜨린 것만으로 경첩 부위가 약간 느슨해진 것 같다.
- 땀에 약하다. 공식적으로 IPX4 방수 등급이지만, 운동 중에 쓰면 음질이 약간 변하는 느낌이 있다.
- 고음질 코덱(aptX, LDAC) 미지원. Apple 생태계 안에서는 문제없지만, 안드로이드 기기와 연결하면 음질이 아쉽다.
- 가격. 30만 원대 초반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같은 돈으로 소니를 살 수도 있다.
1년 뒤 상태 — 여전히 잘 쓰고 있나?
배터리 성능은 1년이 지나도 처음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이어폰 단독으로 약 5~6시간, 케이스 포함 30시간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여행 갈 때 케이스만 챙기면 충전 걱정 없이 하루가 간다.
ANC 성능도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적응형 오디오가 더 자연스러워진 느낌이라, 처음보다 더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아이폰 + 맥북을 함께 쓰는 Apple 생태계 유저라면 거의 필수에 가깝다.
- 재택근무나 사무실에서 집중력이 필요한 분께는 ANC 효과가 생산성에 직결된다.
- 출퇴근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하는 분은 지하철 소음 차단만으로도 피로감이 크게 줄어든다.
- 이전 AirPods Pro 1세대를 3년 이상 사용 중이라면 교체 타이밍이다.
결론 — 여전히 최강인가?
ANC 성능 단독으로만 따지면 "최강"이라는 타이틀은 Sony WF-1000XM5에 넘겨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ANC + 착용감 + Apple 생태계 연동 + 통화 품질 + 적응형 오디오를 종합했을 때, Apple 유저에게는 여전히 최선의 선택이다.
1년을 매일 써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없으면 불편한 물건이 돼버렸다. 처음엔 귀 통증 때문에 업그레이드했는데, 지금은 ANC 없는 출퇴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게 가장 솔직한 사용 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