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d 9세대, 지금 사도 되나 — 1년 써봤습니다
단종 직전 구형 모델을 굳이 골랐다. 새 모델 살 돈 아끼고 싶은 마음이 반, "이게 아직도 쓸만한지" 직접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다.
iPad 9세대를 사기로 결정했을 때, 솔직히 주변 반응이 냉담했다. "그걸 왜 사냐", "10세대 조금 더 주고 사지", "Lightning 포트라 불편하지 않냐". 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샀다. 2024년 2월에, 49만 원을 주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면서 맥북과 iPhone을 이미 쓰고 있었다. iPad는 "있으면 좋겠다"는 보조 기기였지, 없어서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50만 원 안팎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뭔지가 구매의 기준이었다. 그 기준으로 보면, 당시 iPad 9세대는 의외로 선택지가 됐다.
2년이 지났다. 지금 솔직하게 쓴다. 잘 산 건지, 아쉬운 건지, 그리고 지금 시점에 누군가 같은 선택을 하려 한다면 뭐라고 말해줄지.

(64GB Wi-Fi)
(2019년 iPhone 11 동급)
(라미네이팅 없음)
왜 하필 9세대였나 — 구매 결정의 맥락
iPad를 사려고 마음먹은 건 순전히 기술 아티클 읽기 때문이었다. 맥북으로 MDN, Next.js 공식 문서, 긴 블로그 포스트를 읽을 때 코딩 창을 열어두면서 동시에 참고하기 불편했다. 소파에 누워서 읽을 수 있는 기기가 하나 있으면 딱이겠다 싶었다.
당시 라인업을 보면 이랬다. iPad 9세대 64GB가 약 49만 원. iPad 10세대 64GB가 약 65만 원. iPad Air M1이 약 89만 원 이상. 나의 용도 — 독서, 문서 작성, 영상 시청, 가끔 Figma 확인 — 에서 Air가 필요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그럼 10세대와 9세대의 16만 원 차이가 정당한지가 문제였다.
9세대의 스펙 — 가감 없이 보면
iPad 9세대를 사기 전에 스펙을 꼼꼼하게 봤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먼저 인지해야 나중에 실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예상했던 것과 실제의 괴리가 어땠는지 정리해봤다.
구매 전 "라미네이팅 없음"의 의미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밝은 곳에서 사용하면 화면 위로 반사광이 심하게 들어온다. 카페 창가 자리에서 낮에 사용할 때 화면이 제대로 안 보여서 자리를 옮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건 50만 원짜리 기기에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예상보다 불편함이 컸다.
1년의 체감 변화 — 기대, 적응, 그리고 수용
생각보다 잘 된다 — 긍정적 놀라움
가장 걱정했던 성능 문제가 내 용도에서는 거의 없었다. Notion, Safari, YouTube가 끊김 없이 돌아갔다. A13 Bionic이 2019년 칩이라고 해도, 가벼운 앱들을 돌리는 데는 여전히 충분했다. "생각보다 빠르네"가 첫 달의 반응이었다.
Lightning 포트가 생각보다 귀찮다
맥북과 iPhone은 이미 USB-C인데 iPad만 Lightning이다 보니 케이블을 따로 들고 다녀야 했다. 카페에서 맥북 충전 중 iPad를 충전하려면 케이블을 바꿔 꽂는 게 작은 마찰이지만 누적됐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반복되니 더 귀찮았다.
64GB 저장 공간의 압박
앱을 슬슬 쌓다 보니 여유 공간이 10GB 이하로 떨어졌다. 영상을 다운받아 오프라인으로 보려 했더니 공간 부족 메시지가 떴다. iCloud 200GB를 이미 쓰고 있어서 일부는 클라우드로 해결했지만, "처음부터 128GB를 살 걸"이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역할이 명확해졌다 — 읽는 기기
iPad가 내 일상에서 어떤 기기인지가 정해졌다. 기술 문서 읽기, 소파에서 영상 시청, 잠자리에서 긴 아티클 읽기. 이 세 가지에서는 맥북보다 훨씬 편했다. 들고 다니기 부담 없는 무게, 충분히 큰 화면, 긴 배터리. 이 용도에서 9세대는 제 역할을 했다.
iPadOS 18 업그레이드 — 마지막 메이저 업데이트 우려
iPadOS 18을 지원하는 마지막 구형 모델이 9세대다. 즉, iPadOS 19부터는 업데이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일상 사용에 지장이 없지만, "언제까지 쓸 수 있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자꾸 걸렸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실제로 쓴 방법들
iPad 9세대로 코딩을 하려고 산 게 아니었다. 하지만 개발 업무와 전혀 무관하게 쓴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내 개발 루틴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정직하게 쓴다.
MDN, Next.js 공식 문서, 개발 블로그를 소파에서 읽는 게 맥북보다 훨씬 편하다. 이 용도만으로도 9세대의 가치는 충분했다.
프로젝트 노트, 아이디어 스케치를 iPad에서 쓰고 맥북에서 이어받는다. A13으로도 Notion은 충분히 빠르다.
클라이언트 Figma 파일을 iPad에서 확인하는 용도로 쓴다. 편집보다 뷰어 용도. 큰 파일은 가끔 느리다.
외출 중 PR 코멘트 확인, 간단한 코드 리뷰를 Safari에서 한다. 편집보다 확인 용도라면 9세대도 문제없다.
Node.js 로컬 실행 불가. Codespaces 접속은 되지만 3GB RAM 기기에서 VS Code 웹 사용은 버벅임이 심하다.
침대에서 React, TypeScript 강의 영상을 보는 게 iPad의 가장 행복한 용도였다. 배터리도 충분하고 화면도 적당히 크다.
Notion(문서 작성) + Safari(기술 문서) + YouTube(강의 시청) + Slack(커뮤니케이션 확인). 이 네 가지 조합에서 A13 칩은 단 한 번도 발목을 잡지 않았다. 9세대의 성능 한계는 무거운 영상 편집이나 멀티태스킹 집중 작업에서 나타났는데, 내 용도에서 그 상황은 거의 없었다.
1년 동안 진짜 불편했던 것들 — 합리화 없이
좋았던 것보다 불편했던 것을 솔직하게 쓰는 게 더 중요하다.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칭찬이 아니라 약점이니까.
라미네이팅 없는 디스플레이는 실내 창가나 야외에서 사용할 때 화면 위로 형광등·햇빛이 그대로 반사된다. 밝기를 최대로 올려도 카페 창가에서는 읽기 불편한 상황이 자주 생겼다. 화면과 유리 패널 사이의 공기층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거리감도 미세하게 있다. Pro나 Air 모델을 써본 사람은 즉시 차이를 느낄 것이다.
맥북 M2(USB-C), iPhone 15 Pro(USB-C)와 조합해서 쓸 때, iPad 9세대만 Lightning 케이블이 따로 필요하다. 가방에 케이블 두 종류를 넣어 다니는 게 사소해 보이지만 1년 동안 꽤 많이 신경 쓰였다. 그리고 Lightning은 충전 속도도 USB-C 대비 느리다. 이건 구매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1년 쓰고 나니 "이것 때문에 10세대를 살 걸"이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다.
64GB 모델을 고른 건 내 실수였다. 앱 30개 정도 설치하고, iCloud에 사진이 있고, 영상 두세 편 캐시하고 나면 여유 공간이 금방 10GB 아래로 내려간다. 앱 업데이트조차 공간 부족으로 실패한 적이 있었다. 가격 차이(약 5만 원)를 생각하면 128GB를 사는 게 맞다. 같은 선택을 다시 한다면 무조건 128GB다.
iPadOS 18이 9세대가 지원하는 마지막 메이저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년이 지난 현재는 아직 모든 앱이 정상 동작하지만, 2025년 하반기 이후 새 OS 버전에서 지원이 끊기면 앱 업데이트도 점점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2024년에 샀는데 2026년부터 지원 종료?"라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점이 장기 사용 계획이라면 진지한 고려 사항이다.
"9세대의 가성비는 진짜다. 하지만 가성비 좋은 물건과 잘 산 물건은 언제나 다른 이야기다."
— 1년 사용 후 Obsidian에 쓴 메모항목별 만족도 점수 — 1년 실사용 기반
지금 시점에 iPad 9세대, 사도 되나 — 조건부 대답
이 질문에 "사세요" 또는 "사지 마세요"로 단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드리는 게 더 정직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 iPad 처음 사보는 분 — 경험치 쌓기에 부담 없는 진입점
- 주 용도가 독서·영상·문서 작성인 분
- 예산이 50만 원 이하로 고정된 분
- 1~2년만 쓰고 나중에 업그레이드 계획이 있는 분
- 어르신 선물용 — 큰 화면, 홈 버튼, 단순한 UI
- 자녀 학습용 — 내구성 좋고 앱 지원 아직 충분
- 3년 이상 장기 사용 계획 — 소프트웨어 지원 종료 우려
- 밝은 환경에서 주로 사용하는 분 — 반사 심함
- Apple Pencil 드로잉을 자주 할 분 — 1세대 펜슬 한계
- USB-C 기기와 혼용 환경 — Lightning 케이블 별도 부담
- Figma·영상 편집 등 무거운 작업 — Air 이상 필요
- 128GB 이상 저장 공간이 필요한 분
64GB가 아닌 128GB 모델을 선택하세요. 가격 차이가 약 5만 원인데, 1년만 지나도 64GB는 공간 압박이 옵니다. 그리고 재고 물량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이 더 내려간 경우도 있습니다. 공식 리퍼 스토어나 신뢰할 수 있는 중고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1년 후 솔직한 총평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 64GB 모델을 산 건 후회하지만, 9세대를 산 건 후회하지 않는다. 내 용도에서 이 기기는 제 역할을 했다. 매일 기술 아티클을 읽고, 소파에서 강의 영상을 보고, 잠자리에 누워서 Notion을 열었다. 그 일상에서 9세대는 충분했다.
하지만 "2026년 기준으로 새로 9세대를 사야 하나"라는 질문이라면 조심스럽다. Lightning, 라미네이팅 없는 디스플레이, 종료가 가까워진 OS 지원 — 이 세 가지는 2024년보다 2026년에 더 크게 체감되는 문제들이다. 지금 시점에 같은 예산이라면, 10세대의 가격이 내려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는 걸 권한다.
하지만 2026년에 새로 산다면 선뜻 권하기 어렵다.
Lightning과 OS 지원 종료가 이 기기의 남은 수명을 제한한다.
같은 예산에 10세대 가격이 내려와 있다면, 10세대를 사라.
iPad 구형 모델 쓰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저처럼 가성비 이유로 구형 모델을 선택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9세대를 지금도 잘 쓰고 계신 분, 또는 반대로 너무 답답해서 교체하신 분들의 경험을 댓글로 나눠주시면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용도로, 얼마나 만족하며 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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